중앙그룹은 왜 무너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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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은 중앙일보와 JTBC를 비롯하여
언론과 미디어 분야에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그룹이다

사실 전통적으로 '조중동' 이라는 표현처럼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에게 한 끗발 밀리는 '콩라인' 으로 인식이 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중앙일보가 조선일보보다 매출액이 많았고
그룹 차원의 매출액은 중앙그룹이 조선미디어그룹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 점에서 중앙그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미디어 재벌이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은 망하지 않는다',
'업계 1위는 망하지 않는다' 라는 기조에서
중앙그룹은 그 아성이 철통같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 중앙그룹은 기업 회생을 신청하며 무너졌다
보통 일반적으로 어지간한 중소기업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최소 BBB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는 세상인데
매출액이 조단위인 그룹의 모체가
'원금 보전을 생각한다면 투자할 대상 아님' 이라는 'C' 로 전락하고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투자하면 떼먹힐 위험 높음' 이라는 'D' 로 전락한 건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중앙그룹은 왜 무너졌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 온갖 논란을 유발한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인은 중앙그룹이 무너진 이유가 중계권이라는 주장에 수긍하지 않는다
물론 당연히 JTBC가 중계권을 비싸게 사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쌍팔년도라면 온 국민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열광했겠지만
요즘 세상에 즐길 거리가 한 두 개인가?

당연히 이 점에서 JTBC가 기대했던 재판매나 광고 수익 창출은
'흥행 실패' 로 끝났지만,
중앙그룹은 그 전부터 재무상황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
이 점에서 필자는 JTBC가 중계권을 고가에 따낸 건
상황을 뒤집어 보기 위해 했던 '최후의 도박' 이었던 것일 뿐
중계권을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중앙그룹은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앙그룹은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수익성을 따지기보다는 공격적으로 체급을 불려왔기 때문이다

중앙그룹은 과거 잘나가던 TBC가
신군부의 조치로 빼앗겼던 일 때문에
방송계 진출을 숙원으로 여겼고

종편이 출범했을 때 TV조선이나 채널 A가
처음에 해보고 성과가 영 저조하다 싶으니
'긴축경영' 으로 경영 수지 정상화를 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음에도
JTBC는 돈을 아끼지 않고 때려박았다
이 과정에서 스카이 캐슬이나 부잣집 막내아들 같은 작품이 나오긴 했지만
SBS도 경영난에 허덕이던 와중에
JTBC가 저렇게 돈을 때려박았다는 건 매년 수백억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물론, 모기업인 중앙일보 뒷배가 있었기에
JTBC가 적자를 보고 있어도 수십년은 버틸 수 있었긴 했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중앙그룹은 공격적으로 체급을 불렸다고 했는데
이게 중앙그룹 입장에선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되어버렸다

중앙그룹은 언론 뿐만 아니라 미디어에도 상당히 욕심이 많았기에
오리온 그룹의 씨너스를 인수하면서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는데,
영화 산업에서 재미를 보고 내친김에 메가박스도 인수해 버렸다
사실 중앙그룹이 메가박스 경영권을 확보한 2010년경에는
나름 괜찮은 판단이었으나,
씨너스와 메가박스를 통합하기 위해
맥쿼리에게 메가박스 잔여 지분을 매입한 시점은
유감스럽게도 한국 영화 산업이 절정에 이르던 2016년이었다

주식을 하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업계 1인자였던 CGV 주가가 최고치였던 게 2016년이었고
그 이후로 10년 동안 주가가 1/20 으로 폭락했던 만큼
중앙그룹은 메가박스를 고점에서 '설거지' 해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아마 최고점에서 메가박스를 판 맥쿼리는 참으로 흐뭇했을 거다
일단 여기부터 중앙그룹의 재무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중앙그룹이 이러한 재무상황을 타개해 보겠다고 한 게
'몸집을 불려서 CGV처럼 상장한다' 라는 전략을 짰던 거였다
당시 중앙그룹은 메가박스를 2020년이나 2021년 경에 상장할 계획으로
2010년대 후반 내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예를 들어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기존에 CGV가 임대해서 쓰고 있었었는데
중앙그룹은 CGV가 써낸 금액보다 50%를 더 적어서 메가박스를 입점시킬 정도였다
이러다보니 당시 업계에서도 '이거 우려스러운데' 라는 반응이었는데,
하필 이 시점에서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코로나 당시 영화관 운영이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중앙그룹이 생존을 위해 메가박스를 손절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중앙그룹은 호기롭게 메가박스를 절대 팔지 않겠다고
끝까지 간다고 선언해 버렸다
코로나가 끝나면 관객들이 극장에 돌아올 거고
그러면 메가박스를 다시 상장하면 재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OTT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영화관을 예전처럼 찾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메가박스는 해가 지날수록 적자만 불어나던 상황이었고
메가박스의 부채비율은 2200%에 이르렀다

업계 1인자인 CGV야 어떻게 해도 고객들이 오기 마련이었지만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업계 3인자였던 메가박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관객을 유치하고자 예전부터 씹덕 친화적이었는데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씹덕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CGV나 롯데시네마보다 관객을 모으기 힘든 메가박스 입장에서
어떻게든 관객을 끌어모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물론, 이러한 몸부림에도 메가박스 경영상황은 나날이 악화되었고
모기업인 중앙콘텐트리는 메가박스를 살리기 위해 자금 수혈을 해야 했는데
이게 시간이 갈 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중앙그룹은 눈물을 머금고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통합을 추진하였으나
중앙그룹은 메가박스가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었어도
그래도 메가박스를 홀라당 내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이 지분을 반반씩 가지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체급이나 경영사정이나 롯데시네마보다 메가박스가 후달리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지분을 5:5로 맞추기 위해서는 중앙그룹이 최소 천억 이상의 출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앙그룹이 메가박스를 살리기 위해
수혈했던 자금이 수천억원에 이르렀고
이 시점에서 중앙그룹은 더 이상 동원할 현금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중앙그룹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레스 매니지먼트로부터 사채를 끌어다 쓰려고 하였으나
아레스 매니지먼트에서 제시한 조건이
연 15%의 이자율과 해당 금액을 언제든지 갚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기에
결국 중앙그룹과 아레스 매니지먼트의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법정 최고 금리가 19.9%인 상황에서
언제든지 갚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제시한 금리가 15%였다는 건
중앙그룹이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고

결국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통합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물론 이번달 말까지 협상 기한이 연장이 되었긴 했지만
중앙일보가 메가박스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협상은 진전이 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이번에 중앙그룹의 붕괴로 이어졌다
만일, 중앙그룹이 최고점에서 수천억씩 주고 메가박스를 인수하지 않았거나
본전을 찾겠다고 코로나 직전에 공격적인 확장을 하지 않았거나
코로나 당시 고통스럽긴 해도 메가박스를 손절했다면
중앙그룹의 사세가 줄어들었을지는 몰라도
중앙그룹 자체는 별다른 문제 없이 생존이 가능했을 텐데
현재로서는 중앙그룹이 어떻게 될지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기업 회생 과정에서 중앙그룹이 해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익성을 외면하고 공격적인 확장을 추구했던 결과니
이걸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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